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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안

강화도에서 하룻밤

2020년 5월 17일 밤 8시

생각되로 되기란 쉽지 않다.

평소보다 이르게 끝마치려던 일은 20분정도 일찍 끝마쳤다. 일찍 끝마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것도 아니고, 남아있던 손님들을 쫓아내듯이 오늘은 좀 일찍 문닫는 말을 한것도 좀 찜찜하다.

차를 탄 순간 그 찜찜함이 설렘으로 바뀌고 막히지 않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본다. 집에 잠시 들려 강화도에 출발하게 된 시간은 정확히 8시. 가게 문닫는 시간이다. 8시라는 퇴근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강화도로 출발한다. 혹시나해서 게하에 입실시간을 밤 9시로 했는데 도착시간이 그쯤이다. 그럴듯하면서 씁쓸하다.
가는길 날은 흐렸지만 그로인해 밤공기는 더 시원했고 밤은 한층 더 짙었다. 게하에 도착한 우린 반겨주는 이 없는 곳에 들어간다. 6인실방에 들어가니 우리 말고 이인분의 짐이 보인다.

아삭아삭 순무게하

우린 이층 침대 아래위를 찜하고 나와 허기짐을 달랠 곳을 찾아 배회한다. 식당은 거의 닫았고 술집이나 고깃집은 환하다. 우린 전국 어디에나 있는 김밥천국으로 들어간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맛있게 먹고 나와 소화시킬 겸 강화도 북문쪽으로 걸어가본다.

어두운 밤. 조명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북문으로 가는 길은 언덕길이지만 볼거리가 많고 운치가 있다. 인적이 드문 길로 진입하면 양쪽으로 짙은 녹음이 있고, 드문드문 조명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낸다. 나는 자연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다. 취한 나는 마냥 좋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좋다.

게하로 돌아와 친구와 기분좋게 한잔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술보다 다른 것에 취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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